[JTN뉴스 박선후 기자] 영화 '여름이 지나가면'이 지난 7월 9일 개봉하며 올해 최고의 한국 독립영화로 극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영화를 제작한 장병기 감독이 직접 제작 비하인드를 전격 공개했다.

'여름이 지나가면'은 부모의 과도한 관심 속에서 소도시로 이사 온 ‘기준’과 동네의 문제아 형제들 ‘영문’, ‘영준’이 어느 여름날, 도난당한 운동화를 계기로 서로의 세계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지난 9일(수) 개봉 이후 극찬을 받으며 올여름 가장 뜨거운 한국 독립영화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여름이 지나가면'으로 성공적인 장편 데뷔를 치른 장병기 감독이 직접 영화의 제작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1. “사랑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란 어떤 모습일지 그려보고 싶었다”

장병기 감독이 직접 밝히는 제작 계기!

'여름이 지나가면'은 장병기 감독의 어린 시절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이다. 그는 첫 장편을 준비하며 어린 시절이 생각났고, 당시 이해하지 못했던 환경들과 해소되지 못했던 모호한 감정들이 떠올라 이를 조금이나마 짚어보고자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사랑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란 어떤 모습일지 그려보고 싶었다”라는 장병기 감독은 부모의 부재 속에서 자란 아이가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해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그는 “부모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할 무렵 가장 먼저 마주하는 타인이며, 의식주부터 돈, 친구, 선생님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바라보는 개념의 토대를 형성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장병기 감독은 “’기준’은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 자연스럽게 수없이 물어보고 답을 받으며 세계를 배웠겠지만, ‘영문’과 ‘영준’ 형제는 그런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 채 살아온 인물들이다”라는 캐릭터 설명에 덧붙여 “사람들이 나를 싫어한다는 감각에 누구보다 익숙해져 있을 ‘영문’이 타인의 마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이 영화의 중요한 정서적 실마리를 찾았다고 밝혔다.

#2. “아이들과 어른들이 처음 부딪히게 되는 시기”

어린이, 청소년 사회에 주목한 이유!

장병기 감독은 첫 장편 데뷔작의 중심에 초등, 중학생 어린이들을 둔 이유에 대해 “오롯이 자신이 혼자 판단하게 되는 시기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를 넘어가는 그즈음”이라며, 이 시기가 부모의 손을 서서히 벗어나 교우 관계를 통해 자율적인 판단과 비밀, 거짓말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여겼다고 답했다. 특히 이 시기의 아이들은 ‘나는 분별력도 있고,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다’라는 착각 속에서 행동하지만, 동시에 주변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을 만큼 여리고 흔들리기 쉬운 존재라고도 덧붙였다. 반면 부모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한없이 어린아이로 보이기 때문에 가르침이나 꾸짖음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라 착각하게 되고, 이 지점에서 부모와 아이가 처음으로 부딪히게 되는 시기가 된다는 점에서, 장병기 감독은 그 시기의 감정과 갈등을 깊이 들여다보고자 했다.

#3. “모든 배우들이 들어올 때, 극 중 인물들이 바로 생각이 났다”

운명과도 같았던 배우들의 캐스팅 비하인드!

'여름이 지나가면'을 준비하며 처음으로 오디션을 진행했다는 장병기 감독은 영화에 욕설과 폭력 묘사가 있어 미성년 배우들을 영화에 출연시키는 것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극 중 나이와 비슷한 또래의 배우들로 진행할지, 배우의 연령대를 올려서 진행할지 고민하며 2주 동안 3일간의 오디션 일정을 잡았는데, 첫날 배우들이 들어오는 순간 극 중 인물들이 바로 생각이 났다고. 그는 “미성년 배우에 대한 과한 걱정과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배우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나를 선택한 것 같다”라며 첫 오디션부터 운명처럼 찾아온 배우들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캐스팅이 확정된 후 장병기 감독은 미성년 배우들과의 전체 미팅을 진행하며 작품에 등장하는 욕설과 폭력 묘사에 대한 깊은 고민을 나눴다. 특히 극 중 ‘영문’ 캐릭터가 사용하는 거친 언어를 순화할 경우, 관객이 초반부터 그에게 너그러운 시선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의 메시지를 해칠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배우들과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영문’ 역의 최현진 배우가 “욕설도 연기의 일부라는 걸 알고 있다. 더 심한 폭력 연기도 해본 적이 있어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답해 믿음직스러웠다는 비하인드도 전했다.

이 외에도 장병기 감독은 “제목만큼 뜨거운 여름인 7, 8월에 촬영을 진행해서 정말 힘들었다. 뙤약볕도 힘들었지만, 습한 더위가 그렇게 괴로운 줄 몰랐다”라고 촬영 현장을 회상하며, “촬영할 때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구체적인 지시를 주지 않고 “방금 좋았는데 다시 한번 더 갈게요”라는 말을 반복해 나중에는 배우들 사이에서 하나의 유행어가 되어 놀림을 받기도 했다”라며 유쾌했던 촬영 현장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한편, 관객과 평단의 극찬 속에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는 '여름이 지나가면'은 현재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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